피터 본 칸트 (2023) | 귀재 프랑소와 오종이 그리는 사랑의 본질

| 피터 본 칸트 작품 개요

 

프랑스 명장 프랑소와 오종이 독일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 감독이 1972년 시작한 페트라 폰 칸트의 쓰디쓴 눈물을 현대식으로 재해석하여 미청년을 사랑한 영화감독을 모습을 시니컬하고 유머러스하게 그린 드라마. 

 

연인과 헤어진 지 얼마 안 되어 우울해하던 유명 영화감독 피터 본 칸트의 아파트에 절친한 친구인 대배우 시도니가 아미르라는 청년을 데리고 찾아온다. 요염한 아름다움의 아미르에게 완전히 마음을 빼앗긴 피터는 그를 자신의 아파트에 살게 하고, 영화계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돕는데...

 

피터 본 칸트

 

줄리앙의 드니 메노세가 피터 역으로 주연을 맡고, 여왕 마고의 이자벨 아쟈니가 대배우 시도니, 페트라 폰 칸트의 쓰디쓴 눈물에도 출연한 한나 쉬굴라가 피터의 어머니를 연기한다. 이 작품은 2022년 제72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출품작이다. 

 

| 피터 본 칸트 인트로덕션

 

 

귀재 프랑소와 오종이 그리는 사랑의 본질. 통렬한 풍자, 기묘하고 아름다운 드라마. 몸속 깊이 잠든 생생한 에고가 드러나는 강렬작. 

 

심연을 들여다볼 때 심연 또한 이쪽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의 너무나 유명한 말이다. 숨죽이는 예술성과 평온한 충격을 겸비한 작품을 창출하는 귀재 프랑소와 오종 감독의 최신작, 피터 본 칸트. 이 작품은 그야말로 관객을 거꾸로 응시하며 몸속 깊이 잠들어 있는 생생한 자아를 드러내는 강렬한 작품이다. 

 

그려지는 것은 밀실 파워 게임. 2인+3인에 의한 기묘한 인간 드라마가 당신을 매혹의 경지로 유혹한다. 오종의 팬이라면 커리어 초기의 걸작 무드를 짙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팬이 아니라면, 이런 영화 체험이 있었구나 하며 이 작품의 매력을 느끼게 될 것이다. 

 

| 초기의 걸작을 방불케 하고, 변화하여, 이윽고 진화하다.

 

  • 오종의 매력이란? 지금까지의 행보에서 벗어나다.
  • 원점회귀 ☓ 메타모르포제 = 압도적으로 최고의 영화.
  • 인간의 어리석음을 도려내는 밀실의 파워게임. 마치 마음을 꿰뚫는 듯한 85분간.
  • 권력자 착취.. 영화계, 아니 인간의 악랄함까지 남김없이 그려내다.

오종의 매력이란? 지금까지의 행보에서 벗어나다.

1998년 홈드라마부터 지금까지 거의 1년에 한 편꼴로 신작을 발표하고 있는 프랑소와 오종 감독. 사랑, 상실, 정체성, 욕망 등을 주제로 교묘한 스토리텔링과 매력적인 배역으로 코미디, 스릴서, 사회파까지 매회 다른 스타일의 드라마에 도전하며 인간 마음의 빛과 어둠을 여러 각도에서 그려내며 예술적 비주얼로 매혹시키는 만화경 같은 작품군이다. 

 

동성애자임을 공언하고 있는 오종 감독은 섹슈얼리티, 젠더 롤에 대해 마주하는 작품과 샬럿 램플링 등 명배우들을 기용해 여성의 삶을 그린 작품도 많다. 인생의 아름다움과 덧없음, 마음의 기미를 섬세하게 그리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춤이나 뮤지컬을 접목한 작품도 많으며, 가곡을 효과적으로 이용한 시사점이 많은 스토리 전개도 오종 감독의 매력이다. 이번 피터 본 칸트 역시 음악극으로서의 면모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원점 회귀 ☓ 메타모르포제 = 압도적으로 최고의 영화

 

피터 본 칸트는 오종이 경애하는 독일 영화감독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의 페트라 폰 칸트의 쓰디쓴 눈물 (1972)을 현대적 시각으로 재해석한 것이다. 워터 드랍스 온 버닝 (2000)에 이어 퍼스빈더으 희곡을 20년 만에 영화화했다. 

 

가장 큰 특징은, 수많은 오종의 팬이 마음속 깊이 간직하고 있는 초기 걸작의 분위기를 짙게 남기면서 새로운 탈바꿈도 보여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팬들이 꼭 봐야 하며, 원점 회귀에 더해 진화된 작품으로 새로운 충격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오종 감독이 이번 작품에서 무엇을 표현하려 했는지도 주목할 만하다. 오리지널판에서 그려진 여성끼리의 연애관계를 남성끼리로 변환했다. 게다가 패션 디자이너였던 주인공의 직업을 영화감독으로 변경했다. 감독이라는 자산의 투영은 제로가 아닐 것이다. 

 

자체 제작 (셀프 프로듀싱)에도 공을 들였다는 점에서 그의 강점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결과 아트시네마를 더없이 사람하는 존 워터스 감독의 2022년 베스트 시네마에서는 1위로 선정되며 압도적으로 최고의 영화라는 극찬을 받았다. 

 

피터 본 칸트 1

 

|인간의 어리석음을 도려내는 밀실의 파워게임. 마치 마음을 꿰뚫는 듯한 85분간.

 

대부분 주인공 피터의 안방에서 펼쳐지지만 단순한 회화극이 아니다. 지배와 예속에 강하게 초점을 맟춘 파워 게임의 양상을 보이는 부분이 재밌는 포인트이다. 피터가 매력적인 아미를 지배하며 배역을 맡은 영화감독과 출연하고 싶은 배우 지망의 관계과 완성된다. 그러나 때로 아미르가 피터를 지배하면서 연애에 자유분방한 남자 (아미르)와 그에게 버림받고 싶지 않은 연인 (피터)이라는 역전이 그려진다. 

 

 장면들은 보는 이의 마음을 꿰뚫어보고, 인간의 어리석음을 부각시킨다.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근원적인 물음을 던지는 것 같기도 하다. 농밀하게, 이모셔널하게, 그러면서도 아주 가볍게.

 

| 권력자 착취.. 영화계, 아니 인간의 악랄함까지 남김없이 그려내다.

 

복고풍의 무드가 감돌지만, 현대 사회를 풍자하는 시기적절한 테마도 여기저기 숨어 있다. 특히 피터와 아미르의 관계는 최근 성행하는 영화감독과 프로듀서들의 불상사, 그리고 #MeToo 문제를 방불케 한다. 권력을 악용하는 심리가 교묘하게 그려져 과연 이렇게 영화계의 착취는 일어났는가를 다른 각도에서 알게 될 것이다. 

지배와 예속은 영화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인류가 시작된 이래 떼려야 뗄 수 없는 숙명이다. 인간 자체의 원죄를 남김없이 묘파하고 있는 점은 바로 이 시대에 동피샤리와 맞닿아 있다. 그렇기에 현대사회의 악랄함이 드러나는  이 영화는 지금 봐야 할 한 편의 영화라고 단언할 수 있다. 클라이맥스는 분명 관객의 입장이나 삶에 따라 해석이 갈릴 것이다. 이야기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통해 영화와 감독이 '당신은 무엇을 생각하는가' 하고 질문을 던지는 묘한 감각을 느낄 것이다. 그러한 감각은 지금까지 맛본 적 없는 오싹함이 뒤엉켜 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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